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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를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를 좋아한다.

그래서 쿠팡이나 동네 방앗간 등에서 차 종류를 구해다 마시는데, 매번 같은 것만 마시면 질리니까 종류를 종종 바꾸는 편이다.

보리차, 옥수수차, 결명자차 등.. 좋은 차의 재료가 많고 모두 다 맛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 꽂힌 차는 우롱차이다.

최근에 일본여행을 갔었는데, 식당 메뉴판에 보면 항상 우롱차가 껴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시켜봤는데, 적절한 쓴맛과 향기로운 냄새가 내 미각을 사로잡았다.

그 후로 쿠팡에서 파는 우롱차 티백을 사서, 집에서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 우롱차

맛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마시고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때부터 우롱차는 내 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나는 평소처럼 새벽 감성에 젖어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투명한 구체형 얼음으로 술 마시는 동영상이 떴다.

누가 보아도 그 영상은 광고가 아니었지만, 그 기이하리만큼 반짝이게 느껴지는 얼음을 보고 있자니 구매 욕구가 치솟았다.

곧바로 나는, 네이버에 원형 얼음 메이커를 검색했고 메이커를 알아보던 중, 쥬얼아이스라는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봤다.

해당 브랜드는 투명 얼음 메이커를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인 것 같았고, 국내기술이 어쩌고 특허가 어쩌고 하는데.. 이미 환혹되어버린 자의 눈에 무엇이 들어오겠는가?

바로 옵션 선택 후 구매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사악한 가격

아니.. 이 가격은 뭐야.

치킨을 네 마리나 먹을 수 있는 돈 앞에, 크게 망설여졌다. 결국 나는 사는 것을 포기하였고, 다음 날 출근을 해버렸다.

그러나 근무 중에도 그 얼음 메이커가 불쑥불쑥 생각나 나를 삿된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나는 너무나도 비싼 가격에 상품 안내 페이지만 뒤적거리는 수밖에 없었으나... 리뷰를 타고 들어간 링크에서, 너무나도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즉, 이 브랜드는 표면으로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튜버나 기타 마케팅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3~5만원씩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가격을 본 나는 그 즉시 눈이 돌아가버렸고, 그대로 구매하였다.

그런데 문득 이 제품을 구매하고 나니 생기는 궁금증이 있었다. 차 종류도 얼릴 수 있을까?

궁금해진 나는 상담원에게 물어보았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이러니까 해보고 싶잖아.

일주일이 지나 택배가 도착했고, 나는 퇴근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그래도 받자마자 고장나면 안되니까, 먼저 정상 기능부터 시험해 보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24시간 기다려 꺼내보았다.

가운데 원은 덜 얼어버린 부분이다

음. 합격.

너무 빨리 꺼내버려 얼음이 덜 얼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 다음으로, 제일 기대되는 우롱차 얼음을 만들었다.

끓인 물에 우롱차 티백을 넣고, 5분간 기다린 뒤 틀에 부었다.

그리고 24시간 뒤.. 영롱한 빛깔의 우롱차 얼음이..!!!

...

되지 않았다.

어는 점이 낮아서 안 얼었다.. 이런 건 아니고, 얼음이 되기는 됐다. 이쁘게 안 됐을 뿐이지.

안 믿기겠지만 이게 우롱차 얼음이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알려면, 이 얼음의 생성 원리부터 알아야 하는데

일반적인 얼음 틀로 얼음을 얼릴 때에는 급격한 온도변화로 인한 빙결로 급속하게 얼어, 물 내부에 있는 미세한 공기방울이 그 위치 그대로 얼어버린다.

따라서 얼음이 하얀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얼음틀과 그 얼음.

이 제품은 얼음을 얼릴 때, 스티로폼 같은 단열재로 얼음틀을 감싸 천천히 얼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물 안에 있던 공기와 불순물이 아래쪽으로 모두 몰리며 상단부는 투명한 얼음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쥬얼아이스

그럼 아래쪽은 어쩌냐고? 버려야지 뭐.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아래쪽은 버린다.

어쨌든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이해가 될텐데, 우롱차 얼음이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우롱차 성분마저 불순물과 같이 아래쪽에 대부분 형성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우롱차 얼음을 꺼냈을 때의 사진을 보자.

우롱차 성분이 아래쪽에 몰린 모습

끔직하기 그지없다. 너무 못생겨져 버렸다.

그럼 틀은 어떻게 됐냐고?

아이고 미치것네

...

대차게 망해버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한 것을...

앞으로 이 틀에는 물만 넣을 것을 다짐하면서, 장장 한시간 동안 박박 닦았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이 제품을 살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무조건 물만 넣길 바란다.

그래도 물은 맛있더라...

우롱차 얼음을 넣은 우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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